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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학교


공동체 는 화두다. 환경위기와 경제위기가 중첩된 미증유의 위기 앞에서 벼랑끝에 선 인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자,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변방에서 그들만의 유토피아 쯤으로 취급당하던 공동체가 재조명되고, 생태적 공동체 운동이 비주류의 멍에를 서서히 벗기 시작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공동체 의 부상은 변방에서 중심으로 끊임없이 탈주를 거듭해왔던 역사법칙의 자연스런 과정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삶의 동력은 개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자각한 집단의 힘에서 발현되기 마련이다.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대의 화두 에 민감해야 한다. 여민동락은 공동체 라는 문맥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리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며 그 민감한 화두를 부여잡고 한창 씨름 중이다.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는 토지, 노동, 화폐는 상품이 될 수 없다 고 했다. 자본주의가 토지, 노동, 화폐를 상품으로 만든 대가로 사람들간의 연결망은 단절되고 공동체는 해체됐다. 이제 무한경쟁으로 끊어진 사람들간의 연결망을 다시 잇고 호혜와 연대, 협동의 원리로 공동체를 복원하자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에 눈을 돌린다. 공동체라는 것이 반드시 어떤 완결적인 형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의 확산 또한 자본주의적 방식에서 공동체적 방식으로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관까지 나서서 지원하겠다고 난리다. 지금 공동체 는 트렌드다.지금 마을공동체 만들기 에 대해 관 위주로 지역 주민들을 구경꾼으로 전락시키는 보여주기식 사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본디 마을이라는 것이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마을 사람들의 시간과 관계의 총체인 것을 무슨 기획 사업으로 느닷없이 뚝딱 만든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파이를 키울 때지 싶다. 경제의 틀 안에서 사회적 경제의 파이가 커져야 자본주의의 체질을 바꾸는데까지 나아갈 수 있고, 공동체 운동도 지금보다는 더 활성화되어야 진정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많은 공동체들이 유행처럼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겠지만 그 과정을 딛고 지속가능성 을 담보할 수 있다면 충분히 희망을 걸어봄직 하다.유행이 되기 이전 부터 공동체 복원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과감하게 투신해 마을을 일군 사람들이 있다. 변산공동체의 윤구병 선생도 그 중 하나다. 이번에 읽은 <변산공동체학교>는 1996년 변산에 터를 잡은 변산공동체학교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조명한 책이다. 변산공동체의 정식 이름은 변산공동체학교 다. 처음부터 삶터와 일터와 배움터가 일치하는 공동체를 꿈꾼 윤구병 선생이 공동체 이름에 애초부터 학교 를 붙인 것이다. 이곳의 구성원들은 농사를 생업으로 하면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이 책은 윤구병 선생 뿐만 아니라 변산공동체학교 아이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실려 있어, 변산공동체학교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 변산공동체를 꾸리면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30년 뒤에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제도교육의 틀에 더이상 아이들을 가둘 수 없다는 공분이 모여 덜컥 선생 노릇을 시작했다. 부모들이 직접 교사로 나선 것이니 쉽지 않았다. 오전에는 국어, 영어, 수학, 한문, 철학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농사, 천연염색과 같은 기초살림 과목을 가르친다. 정해진 교실이 따로 있다기 보다는 그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부모)의 집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산과 들은 기초살림을 배우는 교육터다. 아이들의 반응은 좋았다. 기존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가 있었다.사람 사는 일이라 늘 좋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교육 문제를 놓고 잦은 의견 충돌을 빚기도 하고 더러는 공동체를 떠나기도 했다. 정식으로 인가받는 대안학교의 자격을 갖추지는 못해서 교과과정이 불안정하고 농번기에는 바쁜 농사일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변산공동체학교에서 수학한 일부 아이들은 다시 도시의 학교로 전학을 가기도 했다."저 있을 때 윤구병 선생님이 쓴 책을 보고 온 손님들이 변산은 낙원이다 그랬을때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그것은 다 윤구병 선생님 거짓말이다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낙원일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p113~114)변산공동체학교를 다니다 도시로 나간 정운이의 말이다. 정운이는 도시에 나오니까 사람 때문에 짜증나는 것도 많은데 거기서는 그런 것이 없어서 좋았다(p114)고 말한다. 변산공동체학교를 거쳐간 아이들 중에는 다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변산공동체학교의 교사로 일할 꿈을 가진 아이도 있다."선생님들 가운데는 축소 지향, 원칙주의, 외골수인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일을 벌이는 사람이라 변산공동체 식구들이 제가 벌인 일을 수습하면서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완전히 변산공동체 식구로 변산공동체 질서를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였어요. 변산공동체학교 아이들을 길러서 변산공동체 식구로 만들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대도시로 나가서 살겠다면 대도시에 나가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하잖아요. 스스로 대도시의 삶이나 밖에서 교육받는 것과 변산공동체학교에서 교육받는 것을 견주어서 살 곳을 정해야 하는데 그것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생각이 바뀌고 사는 방향이 바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윤구병, p158)변산공동체학교는 생태적 마을살이에 교육을 접목시킨 형태인데 풀무학교가 있는 홍동면이 비슷한 사례로 떠오른다. 다만 풀무학교가 지역사회와 밀착해 농업인을 양성하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춘 반면, 변산공동체학교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직접 아이들의 교사가 되는 소규모 집단 형태를 띠고 있다. 풀무학교는 졸업한 이들이 다시 풀무학교의 교사가 되거나 자신의 특기를 살려 마을공동체 일꾼으로 살아가는 일이 자연스럽다. 변산공동체학교는 이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20여명 남짓한 아이들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 제 힘으로 앞가림하기 , 더불어 함께 사이좋게 지내기 라는 두 가지 교육 목표에 비추어 볼 때 아이들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윤구병 선생의 말처럼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어떻게 살 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공동체의 지속가능성 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1세대가 현재를 대표한다면 2세대는 미래를 대표하지 않을까. 세대를 이어 지역사회에 뿌리내린다면, 그래서 재생과 순환이 자연의 법칙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 될 때라야 비로소 지속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여민동락의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여민동락이라는 삶터 가 아이들에게 곧 배움터 가 되고 나아가서는 청춘을 바칠 수 있는 일터 가 되면 좋겠지만 그런 미래를 강요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문제는 여민동락의 현재 가 얼마 만큼 성장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여민동락의 현재 가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충실히 반영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겠다. 미래의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1세대는 1세대가 해야 할 일을 우직하게 하면 그만이다.
변산공동체학교 는 새로운 학교의 모습을 가상하여 쓴 실험 학교 이야기 (1995년)와 변산공동체학교를 처음 만들어 가며 쓴 잡초는 없다 (1998년)가 나온 뒤, 10년 동안 변산공동체학교가 이루어낸 결실을 묶은 책입니다.

변산공동체학교가 문을 연 지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스무 명 남짓 아이들이 변산공동체학교를 거쳐 다른 학교로 가거나,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갔습니다. 공동 저자인 김미선 씨는 그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들을 한 명씩 만나 담아낸 진솔한 이야기를 책에 담고 있습니다. 또한 변산공동체학교에서는 공동체 식구 모두가 선생님이며 학생입니다. 선생님과 부모님도 학생이 되어 배우고, 학생들은 ‘작은 선생’이 되어 가르치는 이 곳에서 아이들은 오전에 학과 공부를 들은 뒤, 오후에는 기초 살림을 익힙니다.

텃밭 가꾸기, 천연 염색하기, 발효 식품 만들기, 요리 하기, 나무로 생활용품 만들기, 그릇 빚기 따위를 배우며 아이들은 마을 안에서 어른들과 함께 자유롭게 지내고, 자연 속에서 자기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생명체의 근본 힘은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하는 자율성에서 나온다는 윤구병 선생님의 교육 철학을 담은 변산공동체학교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입니다.


1부 왜 대안 교육인가
윤구병이 쓴 교육이야기


2부 놀다 죽자!
김미선이 만난 변산공동체학교

변산공동체학교 사람들
학생 집 짓는 일을 배우는 연상이, 최고의 풍물재비가 되는 것이 꿈인 정운이를 비롯하여 변산공동체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을 하고 떠난 아이들을 한 사람씩 만나 변산공동체학교 이야기와 그 아이들의 솔직한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부모 푸짐, 꽃님, 아루, 보리, 아이들 넷을 변산공동체학교에 보낸 박형진 씨를 만나 그이의 교육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사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적극 찾아서 했으면 좋겠다. 는 변산공동체학교 대표 김희정 씨와 아이들이‘밤잠을 설칠 만큼 하고 싶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천연염색 선생님 한소영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윤구병 선생님과 변산공동체학교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흔적으로 보는 변산공동체학교
김미선 씨가 변산공동체학교를 거쳐 간 아이들 여럿을 함께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학교 신문과 모둠일기를 살펴볼 수 있다.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연도별로 정리한‘변산공동체학교가 걸어온 길’도 볼 수 있다.

변산 여름 계절 학교
변산공동체학교는 여름이면 도시 아이들을 받아들여‘변산 여름 계절 학교’를 연다.‘놀다 죽자!’가 주제인 계절 학교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노는 법을 배운다. 변산공동체학교를 졸업하고‘작은 선생’으로 활동하는 꽃님 이 글에서는 계절학교의 생생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주이야기
윤구병 선생님과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황윤옥 선생님이 만나 공동체와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변산공동체학교의 시작부터 앞으로 계획까지 자세히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