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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아버지 1937~1974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로 시작하는 옛날이야기들을 많이 아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정말 호랑이가 담배 피울 것만 같은 시간 속이다. 지금은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 호랑이가 이 책은 카메오 수준이다. ‘호랑이가 정말 우리나라에 살기는 했을까’라고까지 생각하던 나에게 일종의 해답이자 놀라움 그리고 아쉬움이었다. 이 책은 내가 살지 못했고 또 모르고 있는 그 옛날의 수많은 해답들이 담겨져 있었다. 귀신보다는 도깨비가 등장하는 그 세월의 미가 느껴지는 이야기와 그림. 도깨비 그림을 보고 끔찍하다고 느낄 정도로 실감 나는 책이기도 했다. 연필로 기억을 그린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 가치는 보는 독자로서는 크게 느껴졌다. 이 책은 단지 개인의 역사일 수도 있지만 김평구(김선달)이야기라든지 강감찬이야기가 나오듯이 할아버지에게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이야기들은 자신의 귀로 들은 시간까지도 공유하고 있다. 개인의 역사 속에서 보여 지는 당시 시대상. 그것이 조금 미미하게 표현되었다고 느껴져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1937년에서부터 1974년까지의 시간들이 한 장의 그림과 여백을 채우는 글들로 함축되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꼭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다. 한자가 뒤섞여 있는 경우라든지 맞춤법이 틀린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소한 지금과의 차이가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차이가 지금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주어 나는 좋았다. 그런 이미지가 있다는 것으로 지금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동시에 내가 마치 지은이의 과거에 동참하는 것 같은 기분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내가 꽤 오래 전이라고 불린 만한 시간에 쓰인 책이 있지만 그 책에서는 전혀 그 옛날의 티 하나 묻어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솔직히 살짝 그 옛날의 티를 보고 싶어 아쉬워할 때도 있다. 이 책은 더 많은 과거를 알고 싶다는 아쉬움만 있을 뿐이었다. 그림이기 때문에 더 옛날을 상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마냥 지금이 아니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쉬운 과거들의 모습이 있기도 했다. 그리고 빼고 싶은 지우고 싶은 과거도 있었다. 한 사람의 역사를 통해서 이렇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한 경험으로 내가 너무 작은 생각만 해왔음을 알았다. 한 편의 그림에 많은 출연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 책은 그럼에도 풍부하다. 단순히 역사를 볼 수 있다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은 한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다. 놀라운 아버지! 아버지의 역사를 책으로 엮는 그 아들의 기분이 왠지 느껴질 것 같다.
망각 속에 머물던 상처의 주름이 점점 펴지듯 개인사와 가족사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드러나며, 여태껏 몰랐던 ‘놀라운 아버지’를 발견토록 하는 작품. 그간 몇 차례의 전시를 통해 발표된 작품과 그 외 미발표작이 종합하여 연대와 이야기의 맥락에 맞게 정리되었다. 아버지의 유년 시절과 할아버지가 일본 홋카이도로 징용을 간 일, 가족 모두 일본으로 이주하여 4년 동안 살던 일, 전쟁이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와 고향에 정착하여 살던 어려운 시절, 1950년 한국 전쟁 때의 기억, 주변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 이유 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사연들, 그리고 고학하기 위해 부산에서 살던 일 등 웃세대가 살아온 세월의 편린들이 담겨 있다.

●작가의 말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 조동환
나는 네가 무슨 생각과 행동을 하며 보냈는지 궁금하다 | 조해준

1 큰형님이 잘 살아야
2 저기 저 산이 후지 산이야!
3 장딴지에 고추장이 떨어져 있는지라
4 너는 먹기 위해서 사느냐, 살기 위해서 먹느냐
5 생각하며 일합시다!
6 세상에서 제일 좋은 꽃

●‘놀라운 아버지’가 이루어 낸 것 | 성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