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갯마을/메아리/실비명/전황당인보기/젊은 느티나무 외


정한숙 ‘해녀(海女)’ 실험소설의 전형으로 바닷가 해녀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효순은 19살의 해녀이다. 배다른 언니 및 조카 길숙과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산 효순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나 한 서린 곳이기도 하다. 언니는 25살로 과부다. 바닷가 풍경이 그러하듯이 이 곳도 이십 여 호가 살지만 거의 과부촌이다. 이유는 바다가 남편을, 아버지를, 사내를 앗아갔기 때문이다. 형부 역시 바다에서 잃었다. 언니, 효순, 귀네, 옥순 엄마, 보패 아줌마등 동네 해녀들이 매일 나가는 일터는 돌섬이다. 이곳에서 소라, 전복등을 따서 조합에 팔아 생활한다. 이날도 아침부터 돌섬가는 배에 오르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러 집을 나선 효순은 배에 도착했지만 언니는 보이지 않는다. 귀네(언니 친구)로부터 전날에 조합 최씨와 술을 마셨다는 소릴 듣고서는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러잖아도 언니에게 들리는 안좋은 소문 때문에 얼굴을 더욱 화끈거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조합 최씨와 눈이 맞아 동네에 소문이 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언니에 대한 화풀이로 다들 꺼려하는 제비섬에 효순은 갔다. 제비섬은 돌섬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아무리 날고 기는 해녀라 하더라도 자주 가기 힘든 험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효순은 위험을 감수하고 제비섬을 간다. 거기서 문어등 다양한 수확을 거두었지만 온몸은 만신창이다. 언니의 행위가 증오로 바뀐 탓이다. 하지만 그 날 밤 성균(뱃놈이자 애인이다)과의 사랑과 다짐(배를 더 이상 타지 않겠다는)으로 인해 다시 천근만근이던 몸이 개운해진다. 어느덧 효순의 배는 불러오고... 그러던 어느날 성균은 배를 타고 나갔다. 내일 돌아온다면서...효순은 다시 어머니가 그러했듯이...아니 언니처럼 다시 애딸린 과부로 살아야하나 생각하며 막막해진다. 다시 온 몸이 쑤시고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낀다. 그래도 살아야 하겠기에 다시금 물살을 헤치고 바다로 뛰어든다. 우리 고향도 동해안 바닷가라 이 소설 내용이 그대로 전해진다. 동네 태반이 과부촌이다. 거의 대부분이 오징어 배 타고 나갔다가 바다의 불청객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탓에 바다는 단지 희망에 찬 고요함보다는 광풍이 몰아치는 살벌함을 먼저 떠올리고 남들이 여름 휴가를 바다로 가자고 하면 난 어느새 산으로 치닫고 있다. 그만큼 바다란 곳이 단지 낭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 소설 역시 효순을 통해 살벌하고 삭막한 바다이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해녀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탐구정신이 빛나는 실험소설이다.
제14권은 전후 각계각층의 일상과 그 속에 담긴 갈등과 모순을 잘 보여준다. 오영수가 「갯마을」 「메아리」 「후일담」을 통해 꿋꿋한 생명력에 거는 희망을 제시하는 한편, 김이석의 「실비명」 「뻐꾸기」와 손소희의 「전말」, 유주현의 「장씨 일가」, 최인욱의 「개나리」는 평범한 삶 속에 숨은 비극들을 드러낸다. 사라져가는 전통가치에 대한 쓸쓸함을 형상화한 정한숙의 「전황당인보기」와, 섬세한 서구적 감각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한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는 이 시대의 소설들이 현실을 다양하게 굴절시키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간행사

김이석
「실비명(失碑銘)」
「뻐꾸기」

최인욱
「개나리」

손소희
「전말」

유주현
「장씨 일가」

정한숙
「전황당인보기(田黃堂印譜記)」

오영수
「갯마을」
「메아리」
「후일담」

강신재
「젊은 느티나무」

이메일 해설_양윤복·서영인
낱말풀이